12초에는 생각보다 아주 적게 들어갑니다
먼저 감각부터 맞춰야 합니다. 12초는 보통 컷 3~4개 입니다. 한 컷에 3초쯤. 사람이 한 장면을 보고 "아, 저기구나" 하고 알아차리는 데만 1초가 넘게 걸립니다.
그래서 12초 안에 담을 수 있는 건 이 정도입니다.
- 인물 한 명 (많아야 두 명)
- 공간 한 곳 (이동하면 두 곳)
- 행동 한 가지
- 감정 한 가지
여기서 가장 자주 어기게 되는 건 마지막 줄입니다. 감정을 두 개 넣으면 둘 다 안 남습니다. "외로웠는데 위로받았고 그래서 설렜다"는 12초가 아니라 3분짜리입니다.
한 편에 감정은 하나. 나머지는 다음 편으로 미룹니다.
네 박자 구조
처음에는 매번 다르게 썼는데, 잘 된 편들을 모아놓고 보니 거의 같은 뼈대를 하고 있었습니다. 지금은 이 네 칸을 먼저 채우고 시작합니다.
① 상황 — 누구나 아는 자리에 놓기
설명 없이 1초 만에 이해되는 상황이어야 합니다. 버스를 놓쳤다, 단추가 느슨하다, 첫 출근이다. 설정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을 쓰면 남는 시간이 없습니다.
② 작은 전환 — 뭔가를 하거나, 하지 않기로 함
큰 사건이 아니라 작은 선택입니다. 휴대폰을 가방에 넣는다. 실을 꿴다. 가위 케이스를 상대 쪽으로 민다. 이 박자가 없으면 영상이 아니라 사진이 됩니다.
③ 알아차림 —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지
세 번째 칸이 제일 어렵습니다. 여기서 대사나 자막으로 설명하고 싶어지는데, 참아야 합니다. 나뭇잎 소리가 들린다. 코트는 여전히 낡았다. 말없이 건네진 가위를 받아 든다. 인물의 표정과 손, 그리고 주변이 대신 말하게 합니다.
④ 여운 — 끝내지 말고 열어두기
마무리에서 결론을 내리면 그 편이 거기서 닫힙니다. 대신 조금 뒤를 보게 둡니다. "내일 아침에는 이 옷을 입을 생각이다." "집에 가면 오늘 하늘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."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하는 건 사실 이 네 번째 칸입니다.
① 눈앞에서 버스를 놓친다 → ② 다음 차 시간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는다 → ③ 그제야 나뭇잎 소리가 들리고 아침과 다른 하늘빛이 보인다 → ④ 집에 가면 오늘 저녁 하늘이 좋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.
12초. 목걸이는 한 번도 설명되지 않고, 그냥 그 사람의 목에 있습니다.
제품은 어디에 두나
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. 우리 기준은 단순합니다. 제품은 ③ 알아차림 박자에 '있기만' 합니다. 클로즈업으로 들어가거나, 인물이 제품을 쳐다보거나, 자막으로 이름을 띄우는 순간 그 영상은 이야기에서 광고로 바뀝니다.
하츠 EP07에서 가위는 선배가 신입 쪽으로 밀어 주는 케이스 안에 있습니다. 제품이 주인공이 아니라, 제품이 오가는 행동이 주인공입니다. 보는 사람은 가위를 본 게 아니라 믿음이 건네지는 장면을 봅니다. 그런데 그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그 가위가 같이 떠오릅니다.
쓰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 건 지우는 일
초고는 10분이면 나옵니다. 그다음 30분 동안 지웁니다. 거의 항상 지우게 되는 것들입니다.
- 설명하는 자막. "그날따라 유난히 바쁜 하루였다" 같은 문장. 화면이 이미 말하고 있으면 자막은 중복이고, 화면이 못 말하고 있으면 자막이 아니라 화면을 고쳐야 합니다.
- 대사. 12초에 대사가 들어가면 그 대사를 듣느라 화면을 못 봅니다. 꼭 필요하면 한 마디까지.
- 형용사. "따뜻한", "특별한", "소중한". 각본에서 이 단어를 쓰고 있다면 그 감정을 아직 장면으로 못 옮긴 것입니다.
- 브랜드 이름. 본편에는 넣지 않습니다. 마지막 한 프레임과 설명란이면 충분합니다.
- 두 번째 아이디어. 좋은 장면이 두 개 떠오르면 하나는 다음 편입니다. 넣지 말고 저장해 둡니다.
각본을 프롬프트로 옮길 때
여기서 많이들 막힙니다. 각본은 감정으로 쓰지만, 생성 모델은 감정을 못 받습니다. 그래서 옮길 때 감정어를 전부 시각어로 환산합니다.
- "쓸쓸한 저녁" → 해가 낮게 깔린 역광, 긴 그림자, 비어 있는 옆자리
- "설레는" → 가방끈을 고쳐 쥐는 손, 반 박자 빠른 걸음
- "오래된 물건" → 소매 끝의 보풀, 색이 살짝 다른 실
그리고 컷마다 카메라 위치·인물 행동·빛 세 가지는 반드시 적습니다. 이 셋이 없으면 생성 결과가 매번 다른 영상이 되어서, 시리즈로 이어 붙일 수가 없습니다.
반대로 의상·헤어·소품·장소의 분위기는 시리즈 전체에서 고정해 두고 매번 같은 문장을 복사해 씁니다. 한 편 안의 일관성보다 편과 편 사이의 일관성이 훨씬 어렵고, 그게 무너지면 시리즈로 안 읽힙니다.
마지막 점검 다섯 줄
생성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각본을 놓고 체크합니다.
- 소리를 끄고 봐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있는가
- 감정이 하나인가 (두 개면 한 편 더 만들면 됩니다)
- ③ 박자를 자막 없이 보여줄 수 있는가
- 제품을 빼도 장면이 성립하는가 — 성립해야 정상입니다
- 마지막 칸이 닫혀 있지 않은가
네 번째가 이상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. 제품을 빼도 성립하는 장면에 제품을 놓는 것. 그게 광고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브랜드가 남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.
이 방식으로 아젠트리움과 하츠의 시리즈를 쓰고 있습니다. 왜 이런 방향을 택했는지는 「제품 스펙을 지우고 남은 것」에 적어 두었습니다.